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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이 : 관리자

2013-05-14 11:09:33

장롱면허자 노리는 부실 브레이크 '운전연수봉'

- 학원 안 가고 운전연습 유혹

불법 연수업체가 끼워 팔아

제동 잘 안 되고 쉽게 떨어져

사고 위험 … 단속 근거 없어

무허가 자동차 도로연수업자 등에 의해 인터넷에서 거래되고 있는 도로연수봉의 작동 원리와 위험성을 경찰관이 설명하고 있다. [울산=송봉근 기자]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지만 실제 운전 경험이 없는 사람을 속칭 '장롱면허 운전자'라고 부른다. 장롱면허 신세를 벗어나려면 도로연수가 필요하다. 이 같은 사람들을 노린 무허가 운전연수업체들이 성행 중이다. '연수봉'이라고 불리는 검증되지 않은 운전 보조장비도 끼워 팔고 있어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부산시 수영구에 사는 박모(52·여)씨는 장롱면허 운전자다. 면허를 딴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초보운전 딱지를 떼지 못했다. 간혹 마트에 가기 위해 차량을 몰고 나오면 남성 운전자로부터 '김여사'란 비아냥을 듣기 일쑤였다. 김여사는 운전이 서툰 여성 운전자를 비하하는 은어다. 운전연수학원에 등록하려니 50만원 가까운 수강료가 부담스러웠고 연수시간도 임의로 정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운전연수'라고 입력했더니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도로연수를 시켜준다는 방문 연수업체들이 검색창을 가득 채웠다. 비용도 10시간에 25만원으로 저렴했다. 다만 4만3000원짜리 '연수봉'을 구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연수봉은 보조석에 앉은 사람이 손으로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든 장비다.

길이 1.2m·지름 5㎝의 금속 막대를 운전석 아래 제동장치에 볼트와 너트로 연결한 뒤 보조석에서 반대편 끝 손잡이를 누르면 차량이 멈추는 원리다. 연수 강사는 박씨에게 “남편이나 지인이 옆자리에서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다. 운전학원에 가지 않고도 안전하게 연수를 받을 수 있다”며 “특허까지 받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사의 말은 감언이설에 불과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연수봉 막대가 발끝에 걸렸고 연수봉을 앞 유리창에 고정시키는 흡착기도 수시로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차량을 급히 멈춰야 하는 상황에선 제동력이 부족했다. 결국 박씨는 연수가 끝난 뒤 연수봉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내놓았다. 이 사이트에는 박씨처럼 연수봉을 되판다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경찰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연수업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연수봉은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판매 중이다. “특허받은 제품으로 저렴하고 안전하게 도로연수를 할 수 있다”며 장롱면허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경고한다. 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처 박상영 과장은 “자동차 제동장치는 발로 밟았을 때 일정 기준 이상 힘이 가해져야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는데 적절한 구조변경 없이 손으로만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판매 중인 연수봉의 경우 탈·부착이 가능해 차량 검사 시 떼어내면 적발되지 않는다는 맹점도 있다.

　경찰도 뒤늦게 연수봉을 이용한 도로연수업자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울산경찰청은 최근 무등록 연수업체 대표 윤모(27)씨와 강사 등 20명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부산·울산·대구·광주에서 회원 400명에게 연수봉을 판매하고 수강료를 챙겨 약 1억원을 벌어들였다. 황덕구 울산경찰청 수사2계장은 “무허가 연수업체들은 처벌할 수 있지만 연수봉을 제작·판매한 행위 자체는 현행법상 단속 근거가 없다”며 “적절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차상은 기자 chazz@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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